DNA가 게놈에 담긴 설계도라면, RNA는 그 설계도를 바탕으로 지금 세포가 실제로 만들고 있는 것들의 목록입니다.
RNA-seq은 어떤 유전자가 얼마나 발현되고 있는지를 시퀀싱으로 측정하는 방법입니다.
전사체(Transcriptome)란
세포는 게놈에 있는 유전자 전부를 항상 켜두고 있지 않습니다.
어떤 세포냐, 어떤 상태냐, 어떤 환경이냐에 따라 켜지는 유전자가 다릅니다.
간세포와 근육세포는 거의 같은 DNA를 갖고 있지만 완전히 다른 세포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특정 시점에 세포 안에 존재하는 모든 RNA 분자의 집합을 전사체(Transcriptome)라고 합니다.
RNA-seq은 이 전사체를 시퀀싱으로 읽어내는 기술입니다.
전사체를 알면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있습니다.
- 이 조건에서 어떤 유전자가 많이 발현되고 어떤 유전자가 적게 발현되는가
- 암세포와 정상세포에서 발현 패턴이 어떻게 다른가
- 약물 처리 전후로 어떤 유전자가 달라지는가
- 세포가 어떤 경로(pathway)를 통해 반응하고 있는가
DNA를 보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RNA-seq과 WGS/WES가 다른 이유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DNA에 있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유전자에 변이가 없어도 발현이 억제될 수 있고, 유전자 서열이 정상이어도 발현량이 비정상적으로 많거나 적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DNA 변이가 있어도 해당 유전자가 아예 발현되지 않는 조직에서는 아무 영향이 없습니다.
WGS / WES → 게놈에 어떤 변이가 있는가 (DNA 레벨)
RNA-seq → 지금 어떤 유전자가 얼마나 발현되고 있는가 (RNA 레벨)
두 분석은 서로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보완합니다. 변이가 있다는 사실(WGS/WES)과 그 변이가 실제로 발현에 영향을 주는지(RNA-seq)는 따로 확인해야 하는 다른 질문입니다.
마이크로어레이에서 RNA-seq으로
RNA-seq 이전에도 유전자 발현을 측정하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마이크로어레이(Microarray)입니다.
칩에 미리 설계된 프로브를 올려두고, 샘플의 cDNA가 거기에 얼마나 결합하는지 형광으로 읽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마이크로어레이에는 몇 가지 한계가 있습니다.
- 사전 지식이 필요: 어떤 유전자를 볼지 미리 결정해서 칩을 설계해야 합니다. 모르는 유전자나 새로 발견된 isoform은 볼 수 없습니다.
- 발현량 범위의 한계: 매우 낮거나 매우 높은 발현량은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습니다.
- 교차 혼성화 오류: 서열이 비슷한 유전자끼리 혼동이 생길 수 있습니다.
RNA-seq은 이 한계를 넘어섰습니다.
- 사전 지식 불필요: 시퀀싱 자체가 모든 RNA를 읽어내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은 전사체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넓은 발현량 범위: 발현이 극히 낮은 유전자도 탐지할 수 있습니다.
- 대안적 스플라이싱 분석: 같은 유전자에서 다른 isoform이 만들어지는지까지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현재 유전자 발현 분석의 표준은 마이크로어레이에서 RNA-seq으로 넘어왔습니다.
RNA-seq의 핵심 원리 — RNA를 읽으려면
시퀀서는 RNA를 직접 읽지 못합니다(ONT direct RNA-seq 제외).
그래서 RNA를 먼저 cDNA로 변환한 다음 시퀀싱합니다.
세포에서 RNA 추출
↓
원하는 RNA 선별 (rRNA 제거 또는 mRNA 선택)
↓
역전사 (Reverse Transcription): RNA → cDNA
↓
어댑터 붙여 라이브러리 제작
↓
시퀀싱 → FASTQ
여기서 중요한 단계가 RNA 선별입니다.
세포 안의 RNA 대부분은 리보솜 RNA(rRNA)입니다.
rRNA는 전체 RNA의 80~90%를 차지하지만 유전자 발현 분석에서는 관심 대상이 아닙니다.
관심 대상인 mRNA는 전체의 1~5%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rRNA를 제거하거나 mRNA만 선택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라이브러리 종류 — 무엇을 볼지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RNA를 볼지에 따라 라이브러리 제작 방식이 달라집니다.
Poly-A selection (mRNA 선택)
mRNA는 3' 끝에 폴리A 꼬리(poly-A tail)를 갖고 있습니다. oligo-dT 비드로 폴리A 꼬리를 잡아당겨 mRNA만 선택적으로 포집합니다. 단백질 코딩 유전자 발현 분석이 목적이라면 가장 일반적인 방식입니다.
단점: 폴리A 꼬리가 없는 RNA(lncRNA 일부, 미성숙 전사체, 히스톤 mRNA 등)는 놓칩니다.
rRNA depletion (Total RNA)
리보솜 RNA만 특이적으로 제거하고 나머지 RNA 전체를 보존합니다.
mRNA 외에도 lncRNA, circRNA 같은 비코딩 RNA까지 볼 수 있습니다.
분해된 RNA(FFPE 샘플 등)에서도 상대적으로 유리합니다.
단점: 시퀀싱해야 할 RNA 양이 많아져 더 깊은 시퀀싱 깊이가 필요합니다.
Small RNA 라이브러리
miRNA, siRNA 같은 짧은 RNA(~18~30nt)를 볼 때는 크기 선별로 따로 포집합니다.
Stranded vs Unstranded
라이브러리를 만들 때 RNA가 어느 가닥에서 전사됐는지 정보를 보존할지도 선택해야 합니다.
Stranded
전사 방향 정보가 보존됩니다. 같은 위치에서 서로 반대 가닥을 쓰는 두 유전자가 있을 때 구분이 가능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RNA-seq 실험이 stranded 방식을 씁니다.
Unstranded
전사 방향 정보가 없습니다. 서로 겹치는 두 유전자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분석 도구(STAR, HISAT2, featureCounts 등)에 라이브러리가 stranded인지 아닌지를 정확히 지정해야 합니다. 잘못 지정하면 발현량 계산이 틀려집니다.
Bulk RNA-seq vs Single-cell RNA-seq
RNA-seq에는 두 가지 주요 방식이 있습니다.
Bulk RNA-seq
샘플 안의 모든 세포를 한꺼번에 분쇄하고 RNA를 추출합니다. 결과로 나오는 발현량은 샘플 안의 수천~수백만 개 세포 전체의 평균입니다.
비유하자면 숲 전체를 하나의 풍경으로 보는 것입니다. 전체적인 유전자 발현 패턴을 파악하는 데 효율적이고, 비용이 낮으며, 분석이 상대적으로 단순합니다.
한계: 세포 집단 안에 서로 다른 세포 유형이 섞여 있으면 각 세포의 발현 패턴이 평균에 묻혀 보이지 않습니다.
Single-cell RNA-seq (scRNA-seq)
세포 하나하나를 분리해서 각 세포의 발현 프로파일을 개별적으로 측정합니다.
수천~수만 개 세포 각각에 대한 발현량을 얻습니다.
비유하자면 숲 안의 나무 하나하나를 따로 보는 것입니다.
종양 안에 어떤 세포 집단이 있는지, 면역 세포 중 어떤 서브타입이 반응하는지 같은 세포 이질성(heterogeneity) 분석에 강력합니다.
한계: 비용이 높고, 데이터가 방대하며, 세포당 탐지되는 유전자 수가 bulk보다 적어 노이즈가 많습니다.
| Bulk | RNA-seq | scRNA-seq |
| 분석 단위 | 샘플 전체 (세포 평균) | 세포 하나하나 |
| 비용 | 낮음 | 높음 |
| 데이터 양 | 상대적으로 적음 | 방대함 |
| 세포 이질성 분석 | 불가 | 가능 |
| 노이즈 수준 | 낮음 | 높음 |
| 주요 용도 | DEG 분석, 경로 분석 | 세포 유형 분류, 발생 궤적 |
무엇을 알 수 있나
RNA-seq으로 할 수 있는 주요 분석들입니다.
차등발현 분석 (DEG, Differentially Expressed Genes)
두 조건(예: 암 vs 정상, 처리 vs 비처리) 사이에서 발현량이 유의미하게 달라진 유전자를 찾습니다. RNA-seq의 가장 기본적이고 많이 쓰이는 분석입니다.
경로 분석 (Pathway Analysis)
DEG 결과를 바탕으로 어떤 생물학적 경로가 활성화되거나 억제됐는지 파악합니다. GO(Gene Ontology), KEGG, GSEA 같은 방법이 쓰입니다.
대안적 스플라이싱 분석
같은 유전자에서 다른 isoform이 조건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합니다.
Fusion gene 탐지
두 유전자가 비정상적으로 붙어서 만들어진 융합 유전자를 찾습니다. 암 진단에서 중요합니다.
새로운 전사체 발견
레퍼런스 주석에 없는 새로운 유전자나 isoform을 de novo로 발견합니다.
RNA-seq으로 알 수 없는 것
RNA-seq은 RNA 레벨의 정보를 줍니다.
다음은 RNA-seq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 단백질의 양: mRNA가 많다고 단백질도 많은 건 아닙니다. 번역 효율, 단백질 분해 속도가 따로 작용합니다.
- 게놈의 변이: RNA-seq에서 변이를 탐지하는 시도(RNA 기반 변이 탐지)도 있지만, WGS/WES만큼 정확하지 않고 발현된 유전자 영역에만 한정됩니다.
- 에피제네틱스 정보: DNA 메틸화, 히스톤 변형 같은 정보는 별도 분석이 필요합니다.
정리
RNA-seq은 세포가 특정 시점에 어떤 유전자를 얼마나 발현하는지를 전사체 수준에서 측정하는 방법입니다. DNA의 정적인 정보를 보는 WGS/WES와 달리, 세포의 동적인 상태를 반영합니다. Bulk RNA-seq은 전체 샘플의 평균 발현을, scRNA-seq은 세포 하나하나의 발현을 봅니다. 다음 글에서는 RNA-seq 데이터 분석 흐름을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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